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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겠다”

“안 피곤하니까, 어서 집에 들어가 코타군”

“형 솔직히 말해. 지금 피곤하지? 피곤하잖아 맞지?”

“왜”

“어제 밤에 내 꿈에도 나왔잖아”

 

 

대답은 찡그린 얼굴로 대신 해주고 캔 커피를 들고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니 이 추운 날 회색 후드만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뒤 나만 보고 있던 코타군이 같이 일어난다. 일부러 발걸음을 빨리해 쫒아오지 말라는 표시를 해도 코타군 끈질기게 따라온다. 일부러 내가 천천히 걸으니 나를 힐끔 본 코타군은 내 발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코타군”

“이즈쿠형 노크 없이 목소리 깔고 훅 들어오는건 반칙이지 ”

“에?”

“나 그런거 면역 없단말야”

“이상한 소리 말고 집으로 들어가 코타군”

“내가 보디가드 해줄게”

 

 

경찰에게 보디가드를 해준다니. 코타군다운 생각이라 여기며 머릿속으로 또 한 번 방금 말 한 걸 리플레이 해보다 혼자 웃어 보았다. 그랬더니 지금 웃은거냐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코타군에 손을 뻗어 얼굴을 최대한 밀어냈다. 차가운 볼이 꼭 얼음장 같다. 캔 커피를 들고 있어 조금 따듯해진 감각에 캔 커피를 건내주었다. 이거라도 잡고 있어. 감기걸리고 저번처럼 책임지라 하지 말고 어서 집에 들어가면 참 좋을텐데.

 

 

“나 마시라고 주는 거야?”

“잡고 있어 춥잖아”

“아, 오늘 무슨 날인가 날 계속 감동 시키네”

“조용히 하고 집 들어가 코타군”

“계속 나 집에 보내려하네 나 가면 순찰 돌때 심심할거면서”

 

 

 

아니니깐 걱정 말고 집에가서 어서 자. 일찍 자야 키가 쑥쑥 크지 하고 말하니 이미 나보다 많이 크다며 내 머리를 눌러 보이는 행동에 손을 밀어내고 쳐다봤더니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코타군이 그렇게 보니깐 내가 말을 뭐라 못하겠잖아 말을.

 

 

 

 

 

“형”

“왜?”

“이즈쿠형은 언제부터 작았어요?”

“안 작아!”

 

 

 

머리를 누르고 있는 행동을 용서해주려 했더니 개구지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코타군이다. 저멀리 도망가서는 다리도 짧다며 나를 디스 하기 시작했다. 반응 없는 척하며 그냥 걸으니 나에게 강아지처럼 졸졸 오더니 기분 나빴냐며 얼굴을 또 들이 밀길래 장난으로 바로 헤드락을 걸었다. 살려달라며 내 팔을 잡는 코타군이었지만 일부러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코타군 나 다리 안 짧거든? 완전 길거든?

 

 

 

.

.

.

 

 

“팀장님,팀장님”

“아-..”

“피곤하시면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여기는 저희가 맡을게요”

“아니야”

 

잠깐 꿈을 꿨는지 머리가 멍했다. 일어난건지 아직도 꿈인지 모를만큼. 차안에서 나오는 에어컨 찬바람으로 인해 밖에서 잠복하던 몸이 식혀진 모양이었다. 두어번 눈을 껌벅인 다음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잘 때가 아니지.

 

 

“밥 드시고 오세요 팀장님”

“괜찮아”

“아무것도 입에 안 넣은지 팀장님 2일째인거 아세요?”

“2일?”

“신소검사님 부르기 전에 빨리 밥드세요”

 

 

 

 

 

이건 뭐 반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에 차문을 열고 한 시간뒤에 다시 돌아오겠다며 차문을 닫았다. 얼마 전 들어온 신입 검사한명이 코타를 닮았다. 그것도 많이. 생김새가 닮았다거나 이름이 닮은 건 진짜 아닌데 묘하게 하는 행동이나 내뱉는 말이 비슷해 자꾸만 코타를 떠오르게 했다. 어쩌면 그래서 너를 내 곁에 받아준 것 일지도 모른다. 너는 그렇게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왔으니.

 

 

“미도리야”

“...아-.”

“그 표정은 뭐야 솔직히 나 여기 오길 기다렸지 미도리야-.”

“허구헌날 오잖아 신소는”

“나도 바쁘거든 검사가 얼마나 바쁜데,그렇지만 강력2팀 만들 때 검사인 나도 포함시켜준 거 벌써 잊었어?”

“아 그랬나?”

“아 그랬나가 뭐야”

“아,아파 신소!”

 

 

 

너는 코타를 정말 닮았다. 그래서 너를 보고 있으면 코타가 겹쳐 보인다.

 

 

“도망가기냐?”

“...잡히면 얼굴 꼬집을거면서!”

“팀장!!..팀장..야 안 꼬집어!미도리야 같이가!!”

 

 

마지막말에 잘 걷던 두 다리가 멈췄다. 그리고 휙 돌아본 나에게 쪽- 하는 다소 민망한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부끄러움에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고 싶지만 여기는 밖이라서 그럴수도 없어 다시 뒤를 돌아 빨리 걸었다.

 

 

“미도리야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야?”

 

 

들리는 말이 아주 가관이다. 신소는 부끄러움도 없나. 어디서 그렇게 당담함이 나오는지 오늘따라 준수한 얼굴이 미웠다.

 

 

“싫어”

“나랑 같이 밥먹으러가자”

“일해야해”

“이즈쿠 2일째 안 먹었다며”

“괜찮아”

“그럼 나도 안먹어”

 

 

 

내 손을 잡아 흔들며 말하다가 내가 손을 못잡게 하니 내 어깨위로 어깨동무를 해오는 손이다.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요즘 살 빠지고 있는데 누구덕분에 강제다이어트행인가 애인도 쫄딱 굶기는 나쁜 사람이 여기 있다며 좀 조용히 말할 것을 동네방네 소문내듯 큰소리로 말하는 신소 덕에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닐 것 같았다. 서둘러 아직도 조잘거리고 있는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밥먹으러 가자.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굶더라도 너는 굶으면 안되지. 생긴건 까칠한 고양인데 어째 점점 대형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지도 모르고 그저 입매가 시원하게 웃고 있다. 그 미소가 내가 반했던 미소라 하고싶은 말은 하지 못했지만.

 

 

 

 

***

 

 

 

 

“이즈쿠형.."

"코타군 얼굴이 왜그래“

“나 걱정 해주는 거야?”

 

 

 

평소에 쓰던 빨간 뿔 달린 모자가 아닌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길래 코타가 맞나 했더니 목소리가 코타가 맞네. 그런데 살짝 보이는 입가가 터져서 피가 고여 있다. 놀라서 두 손으로 잡으니 아픈지 인상을 쓴다. 누가 그런거야 말해봐. 내 말에 아무 말도 없다가 조금 싸웠다고 한다. 조금은 무슨 잘생긴 얼굴 이렇게 못난이가 되었구만. 급한 마음에 약국으로 달려가 간단한 소독약과 연고를 사고 벤치에 앉게 팔을 당기니 순한 양처럼 오늘은 아주 말을 잘 듣는다. 집에 가라할 때는 그렇게 잘 안 듣더니.

 

 

 

“조금만 참아”

“아-..”

“아퍼?”

“...이즈쿠형”

“코타군 지금 말하지마 약 바르고 있잖아”

“만약에”

 

 

 

바르는 걸 멈추고 얼굴을 보니 말하다 말고 뒤로 얼굴을 빼는 코타군이다. 어서 말해보라는 제스쳐를 해보여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뭐야 싱겁긴.

 

 

“형”

“왜”

“별 보여?”

“도시 밤하늘에서 별 보기 힘들지 코타군”

“숨어 있을 수도 있지 나 여기서 빛나고 있다 눈 크게 뜨고 잘 찾아봐라 이렇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마저 턱 쪽에 상처부분을 연고로 발라주며 물어보니 대답은 그냥이란다.

 

 

 

“그냥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라서.”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해서 니 마음 몰라주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런 사람이 있단다. 눈 아래쪽을 마지막으로 연고를 다 발라주고 남은 쓰레기를 챙기고 있는데 무언가 생각이 났다며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코타에 다친 얼굴인데 하마터면 방어적으로 주먹을 날릴 뻔 했다.

 

 

 

 

“왜”

“별해서 생각났는데 에리 알지?”

“아-,봤었지 경찰소 앞에서 너랑 싸우던 니 친구”

“그때 걔가 형보고 뭐라했지?”

 

 

 

 

 

 

 

별로 다시 기억하고 싶은 멘트는 아니였던 거 같은데. 갑자기 생각 하려하니 기억이 안나는지 엄청 진지한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발을 구른다. 그러다 박수를 치고서는 자기가 따라해보겠단다. 에리에 눈웃음표정을 따라하는 것 같지만 그냥 눈을 감은 듯한 느낌에 표정으로 나를 보며.풉

 

 

 

“혹시 그 쪽 도둑이세요?”

“...”

“밤하늘의 별을 훔쳐 당신 눈에 넣은 거 맞죠?”

“...”

“맞아! 에리가 이 오래된 드립 날렸을 때 지금 같은 멍청한표정이었어 이즈쿠형”

 

 

아, 내가 멍청한표정이었나. 내 얼굴을 만져보다가 만지는 손을 내려두고 그래도 에리짱 참 귀여운 사람인 거 같았다 얘기를 전하는데 자기 친구 칭찬해줬더니 몸을 박박 긁으며 오글거린단다.

 

 

 

 

“하는 행동도 귀엽고”

“아-,이즈쿠형”

“왜”

“막 그러는거 아니야”

“뭐?”

“그렇게 한번 보고 막 칭찬하면 안되는거야”

 

 

 

‘왜 때문에?‘라 말해보아도 안 들리는 건지 못 듣는 건지 자꾸 딴소리를 하길래 한번 더 큰소리로 말해줘도 싹뚝 무시한다. 그리고 계속 강조하는 말이란 자기 앞에서 에리 칭찬하지 말란다. 그건 어째서?

 

 

 

 

 

***

 

 

 

 

“미도리야 이 시간에 누구 만난다는 거야”

-친구

“이봐요. 미도리야씨 내가 휴일 일부러 쉬게 해주려고 연락하고 싶은 거 참았더니 이 시간에 잠은 안자고 뭐? 밖으로 나가?”

-정말 친구라니까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애인도 있는 애야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침대에서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목소리가 빨라졌다. 애인이 있다고 내가 걱정을 안해? 듣자듣자 하니까. 전화하기 전까지 보고 있던 추리 소설책을 살짝 던졌는데 보기 좋게 오늘 하루만 재워달라고 우리집으로 찾아온 오지로 뒤통수에 맞았다. 맞아서 아픈지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모습에 적당한 크기에 반 이상 쓴 두루마리휴지를 입에 쑤셔 넣어주었다. 그리고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쉿.

 

 

 

-고민상담 해달래 요즘 고민이 많은가봐

“아니 꼭 너여야 했냐고 친구면 너가 얼마나 요즘 피곤한지 잘 알거 아니야”

-내가 필요하다해서 그게..

“듣자하니 이상하네”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건 미도리야 너 생각이고”

 

 

 

말이 더 이상 없는 미도리야에 혹시 전화가 끊긴 건가 확인을 해보지만 아직 숨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걸로 봐서 전화가 끊긴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초여름이지만 오후에 비가와서 조금 쌀쌀한 밤공기에 옷장 문을 열고 자주 입는 얇은 청자켓을 꺼내 한쪽 팔을 끼어 넣으며 전화를 받았다.

 

 

 

 

 

“내가 데려다 줄게 어떤 사람인지 봐야겠어”

-신소 안그래도 ㄷ..

“똑바로들어”

-....

 

 

 

 

 

 

그리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는 폰을 침대위에 던지고 마저 다른 한쪽에 팔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나갈려 하는데 이상한소리가 들려 아래를 보니 곤란한 표정으로 아직도 두루마리휴지를 입에 물고 있는 오지로가 보였다. 축축해진 휴지에 인상을 쓰며 빨리 버리라 소리 쳤다. 그런 나를 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오지로한테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이곤 집을 나섰다. 눈빛으로 독한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신소 출발 안해?”

“몰라서 묻는 거야 미도리야?”

“나 안전밸트도 했는데 음 또 뭐 문제 있어?”

“문제 있지. 오늘 따라 너무 귀여워서 지금 운전하면 사고 날 거 같아”

 

 

입에 주먹이라도 들어갈 듯 벌어지더니 곧 부푼 풍선에 바늘로 콕 찌른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헛기침을 몇 번하다 나보고 빨리 운전을 하란다. 장난으로 치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 아팠다. 미도리야 니 손 맵다고 내가 몇 번을.. 더 놀려줄까 하다가 이 초여름 날씨에 춥다며 (판단 미스로 가져온 청자켓으로) 얼굴을 가리려는 미도리야에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내 청자켓을 꼭 잡은 손가락 옆으로 붉은 귀 끝을 보았다.

 

 

 

***

 

 

 

“만약에”

“응”

“만약에 내가 이즈쿠형을 좋아한다면 형은 어떨 거 같아?”

“뭐 어째”

“반응이 그게뭐야. 아! 나 일 년 동안 이즈쿠형 만날 때 마다 생기는 감정 하나하나 적어봤거든?”

“...코타군 일기도 써?”

“시끄러”

 

 

 

처음 코타군을 봤을 때 공부랑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미지와 날 따라다니는 행동에 당연히 공부는 좀 아니 좀 더 못하겠거니 생각했더니 공부를 나름 한다는 말에 이외라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답이 뭐냐면”

“...”

“나 이즈쿠형 좀 좋아해”

“...좀은 뭐야”

“그러니 나 졸업 할 때까지 기다려줘”

 

 

 

 

졸업 할 때까지.

 

그래 코타군 말에 귀여워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지 콧대 높이며 자존심만 세던 쬐끄만한 코타군이 제법 수줍게 고백을 했던 날 내 대답이 졸업을 하고 그때는 나도 한번 생각 해보겠다고. 그때 아마 너가 환하게 웃었었지? 눈 처럼 하얗게 빛나도록.

 

 

 

“일어나”

“...일어나 코타군..제발”

 

 

왜 눈처럼 하얗게 얼어있는데 제발 일어나... 코타군...

 

 

“졸업 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이렇게 먼저 가는 게 어디있어. 코타군 죽음은 연쇄살인범에 짓이었다. 눈처럼 하얗게 웃던 아이는 눈처럼 나에게 선물같이 다가왔고 눈처럼 빠르게 녹아 내 곁을 떠났다. 슬프게도 내가 잡을 수 없게 너무도 빨리.

 

 

 

 

 

 

 

***

 

 

 

 

 

 

 

“미도리야 울어?”

“...”

“악몽이라도 꾼거야?”

“...코타군..”

 

 

 

 

눈을 떴을 때 보이는건 내 방이었다. 여전히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아니다. 나를 안아주는 신소 어깨에 얼굴을 묻고 이를 악물고 울었다. 그 작은아이를 내가 더 빨리 그 상황에 갔더라면 내가 구할 수 있었을텐데. 아니 적어도 죽게는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오늘도 꿈에 나온 코타군에 눈물이 났다.

 

 

 

“잠만 가민히 있어봐”

“열은 좀 내린 거 같다”

 

 

 

 

내 이마에 올려진 신소에 손이 떨어지고 내 두 볼을 감싸는 두 손이 시원했다. 아닌가 내 볼이 뜨거워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내 볼을 잡고 있는 손위로 내 손을 겹쳐 잡으며 신소를 쳐다보니 신소는 아무말도 없이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네 탓이 아니야”

“...”

“그러니 더 이상 악몽에서 깨어나”

“...”

“미도리야”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단호한 신소에 말이 내안에 코타군을 죽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니 앞에 있는 사람은 나야”

“,,,”

“더 이상 그아이 이름 부르며 슬퍼하지마”

 

 

코타군. 그 이름은 나에게 선물 같으면서도 부를 때마다 아픈 이름이었다. 그런 코타군을 지우라는 말은 여전히 나에게 힘들었다. 평생 내가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게 그런 코타군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그만 울어”

“...”

“이제는 너 아프게 하는 그아이도 미워지려해”

“...”

“열도 좀 내렸으니 조금만 더 자고있어 3시간 뒤에 깨우러올게”

 

 

 

 

신소가 나간 닫힌 문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왔다. 코타군이 죽은 그날처럼 너무 춥다.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초여름인데 어째서 춥다.

 

 

 

 

 

***

 

 

 

 

“어레?”

“왜요?뭐가 틀리나요?”

“천국에서 인원점검 해야겠네요”

“에?”

“분명 천사가 한명 사라졌을텐데”

“...”

“미도리야 씨가 그 천사인가”

“지랄”

“신소 쉿..!”

 

 

뻔뻔하게 다리까지 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뱉는 모노마에 미도리야만 죽어 나갈 뿐이었다. 경찰청장 막내아들이 온다는 소리에 모두 긴장을 하고 있는 터라 미도리야 역시 평소대로 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들고 있는 종이컵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그때 뒤에서 욕을 뱉은건 신소였다. 둘만 있던 방안으로 들어온건 신소였지만 모노마는 상관없는지 말을 계속 이어했다.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어요?”

“...”

“나는 왜 미도리야 씨 처음본 게 아닌 거 같지”

“...”

“미도리야 씨도 알아요? 미도리야 씨 귀여운 거?”

“듣자 듣자하니까”

 

 

 

 

 

 

 

참다못한 신소가 가까이 다가오니 자리에서 일어나 신소를 제지하는 건 미도리야였다. 신소는 자신을 막는 미도리야가 마음에 안 드는지 미도리야를 향해 뭐라 하려다 미도리야에 간절한 눈빛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경찰청장 아들이라며 이곳을 쉽게 들락날락하더니 미도리야에게 보내는 눈빛이 이상하다했더니 매일 저딴 구린 작업멘트다. 그에 속이 썩어가는 건 신소였다. 자신에게는 철벽을 치면서 꼭 남들 앞에만 서면 눈치가 없어지는 미도리야에 정말 신소는 화가 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신소는 자기 눈에도 예쁜데 다른 사람 눈에는 안 예쁠리 없지 하는 자기합리화를 해보지만 더 화가날뿐이다. 지금 당장 일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거 같은 신소에 모노마는 옆에 나두고 쉽게 꺼낼 거 같지 않던 서류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usb와 사진들을 내밀었다.

 

 

 

“여기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 그리고 그 뒷산”

 

 

살인흔적들을 찍은 사진들에 진지한 표정으로 넘기며 보던 미도리야가 사진을 테이블에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안으로 수색팀과 함께 2차수색을 다시 해야겠네요”

“매번 저희팀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미도리야는 서류 봉투 안으로 사진들을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모노마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인사를 했다. 모노마도 그런 미도리야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가는 미도리야에 신소는 미도리야에 뒤를 주인 따라가는 강아지처럼 따라갔다.

 

 

 

“미도리야 내가 뭐랬어 남자는 다 늑대라니까”

“모노마씨는 아니래두”

“뭐가 아닌데 맞구만”

“히토시 넌 가끔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우겨 맨날”

“검사가 그렇다고 하면 중범죄자도 경범죄자가 될 수 있고 경범죄자도 중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거지 뭐”

“그래 잘났다 히토시검사님”

“그말을 듣자는게 아니라 작업멘트를 매일 날리는 거 봐봐 그래도 아니야?”

 

 

 

그에 미도리야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신소를 보며 하는 말이란

 

 

“아무리 그래도 모노마 씨는 고양이과인걸?”

 

 

지금 그 소리 하는 게 아니잖아 머리를 부여잡는 건 언제나 신소였다. 멀리서 작아지는 뒷모습을 보며 신소는 한숨과 함께 자신에 머리를 헝클었다. 자신에 애인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

 

 

 

 

노트북 전원을 끄고 책상위로 엎드린 신소는 고개만 돌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시계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엎드린 상태에서 팔만 주머니로 뻗어 폰을 꺼내 연락을 확인했다. 기다리던 상대에게 연락이 안 온 폰에 다시 주머니에 넣고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아침부터 수색팀을 끌고 나가더니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미도리야에 신소는 한숨을 내쉬며 엎드린 몸을 일으켰다. 팔을 뻗어 스트레칭을 한 번한 신소는 혼자 남은 사무실 안에서 퇴근준비를 하며 창문을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비”

“미도리야가 싫어하겠네”

 

 

 

엘리베이터를 타며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 전화에 같이 수색을 하러간 카미나리에게도 전화를 해보니 비가 와서 오늘 수색을 일찍 접었다고 한다. 그 말에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지만 무언가 찜찜한 기분에 발걸음을 빨리해 건물 앞에서 손을 뻗어 비가 어느 정도 오는지를 확인하고 주차된 차로 뛰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운전을 했다. 오늘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내고 달렸다.

 

 

 

 

 

“미도리야”

 

 

 

역시 바보 같은 사람이다. 자기 몸만 희생하면 된다 생각하는 멍청이. 비가 오는데도 혼자 비를 다 맞으며 증거를 찾겠다고 자신이 다 젖은 지도 모르고 휘청거리는 다리로 움직이는 미도리야에 차에서 꺼낸 우산을 미도리야 머리 위로 씌워주었다. 그제서야 나를 올려다보는 미도리야에 눈가가 시큰거렸다.

 

 

 

“비오잖아 다들 갔는데 혼자 여기서 뭐해”

“비오면 증거 다 사라져 그전에 찾아야해”

“또 몸살 걸리겠다”

“나는 괜찮아”

“나는 너 아픈 거 안 괜찮은데 넌 왜 괜찮아?”

 

 

 

나를 한번 보고 다시 땅을 보며 이리저리 수색을 하던 미도리야는 내 마지막말에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아무 말이 없다. 그렇게 우리 둘 사이 아무 말도 오고가지 않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수색을 하는 미도리야에 우산을 위로 올려주고 나는 담요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며 빗속으로 뛰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미도리야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젖은 몸을 감싸줄 담요를 가지고 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지로 지금 여기로 와 줄 수 있냐?”

 

 

오늘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응 알았어 아,잠깐만..”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나 보다.

 

 

 

 

 

파란우비를 쓴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갔다. 처음에는 전화만 집중 하느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세차게 비오는날 일반사람이 뒷산에 오를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심지어 출입금지라고 막아둔 곳을 말이다. 내가 왔던 길로 가 던 파란우비를 쓴 남자가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미도리야가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서둘러 왔던 곳을 다시 되돌아갔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그 총내려놔”

 

 

 

내가 도착했을 때는 범인을 향해 미도리야가 총을 겨누고 있을 때 였다. 범인은 흉기를 들고 있었고 곧 내가 왔는지도 빠르게 확인했는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한명 더 늘었네?”

“신소 빨리 여기서 도망쳐!!”

 

 

 

나를 뒤늦게 발견한 미도리야는 나에게 빨리 도망치라 소리쳤다. 내가 어떻게 너를 두고 도망쳐. 미도리야가 나에게 집중 되었을 때 범인은 미도리야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재빨리 그쪽으로 뛰어가 범인을 뒤에서 잡았다. 그리고 신속히 팔을 뒤로 꺾어 제압을 했지만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범인은 순식간에 내 뒤로 와서 내 목을 잡고 칼을 내 목에 들이대었다. 역전된 상황에 범인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고 미도리야는 나만 보고있었다. 입모양으로 나는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해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듯 흔들리는 고장난 눈빛으로 있다. 마치 트라우마를 건드린것처럼.

 

 

 

“난 괜찮아! 그러니까 정신차려!”

“...”

“미도리야”

“...”

“미도리야 제발”

“...”

“정신차려”

 

 

 

 

비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팔로 얼굴을 한번 닦은 뒤 다시 총을 겨누었다.

 

 

 

 

“....이즈쿠 난 안죽어”

“그말 지켜 신소”

 

 

 

아까와 달리 흔들리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 쏴봐 쏠 수 있으면 누가 더 빠를까?”

“한번만 말한다-.신소를 풀어줘”

“내가 먼저 총에 맞아 죽을지 이 놈이 칼에 찔려 죽을지 궁금하네?”

 

 

 

 

 

미도리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손을 뒤로해 빠르게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여전히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꽤 큰 돌을 들었다. 그에 범인은 비웃음을 날리며 돌을 들고 있는 미도리야를 조롱 했다. 미도리야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돌을 머리 위로 올리고 던졌다. 그리고 돌은 신소에 무릎에 정확히 맞았다. 무릎에 큰 돌이 갑자기 날라와 다리를 꾸부린 신소에 신소를 잡고 있던 범인이 중심을 잃었고 그때 미도리야는 겨누었던 총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범인은 쓰러졌다. 신소는 무릎을 부여잡으면서도 방금 일어난 상황이 믿을 수 없어 벙찐 상태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미도리야는 총기를 땅에 던지고 근처에 있던 밧줄을 들어서 범인을 나무에 묶었다. 범인이 혹시 여분에 흉기가 있을까 몸을 수색했다. 밧줄을 둘둘 감으면서 미도리야는 아직도 멍을 때리고 있는 신소에게 말하였다.

 

 

 

 

“마취총을 쏴서 언제 깨어날지 몰라”

“....”

“단단히 묶어야겠다”

“...”

“히토시,괜찮아?”

 

 

 

 

묶은 밧줄을 몇 번이나 확인한 미도리야가 그제서야 뒤를 돌아 앉아있는 신소에게로 가서 신소에 몸을 살폈다. 그리고 걱정을 한가득한 얼굴로 이곳저곳 신소에 모습을 보더니 신소에 목을 끌어 당겨 안았다.

 

 

 

“고마워”

 

 

뭐가 고마운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안긴 미도리야를 가만히 안아주는 신소다. 그러다 다시 아픈 무릎에 무릎을 부여잡으니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에게 업히라며 등을 보인 미도리야에 여기가 살인범을 장소인지 잊을정도로 크게 웃어주며 괜찮다고 말했다. 사실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미도리야가 다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목숨도 구해준 거니깐. 가만히 내 무릎을 보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예뻐 가만히 나도 쳐다보다 아직도 내리는 비에 자꾸 예쁜 눈을 가리려하는 앞머리를 손을 뻗어 넘겨주었다. 그리고 볼을 몇 번 쓰다듬어 주다 바로 잡았다. 추리소설속 형사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다 허접하던데 왜 우리 이즈쿠는 이렇게 멋지지.

 

 

 

 

“지금 이런 상황이지만”

“나 이즈쿠한테 지금 키스하고 싶으면 확실히 미친건가?”

“키스 하고싶어 이즈쿠 해줘”

 

 

 

부끄러운 듯 천천히 다가오는 이즈쿠에 결국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이즈쿠에 뒷목을 잡고 끌어 당겨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귓가에는 비 내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아까 전화로 부른 오지로가 조금만 더 늦게 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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