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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른 세계의 방랑자님. 녹의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해요. 이 세계에 생명체가 살고 있어 놀라셨나요? 녹의 마을 사람들은 인간이 살았던 시절, '식물'이라고 불렸던 것들의 진화된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답니다. 마침 우리나라에 잘 오셨어요! 이제 막 축제가 시작하거든요. 무슨 축제냐고요?

 

 

 

 

 

 

 

음, 일단 이 이야기부터 들려 드려야겠어요.

 

 

 

 

 

 

 

 

 

 

 

 

 

 

 

아주 먼 옛날, 이 세계는 인간이라고 불리는 종족의 커다란 실수로 인해 멸망 직전까지 갔었대요. 이렇게 푸른 행성이 옛날엔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피폐했었다니, 사실 잘 믿기지 않아요. 인간이 저지른 실수 중 너무나도 다행이었던 건 그 실수가 낳은 게 재앙만은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바로 우리 선대들이 태어났거든요.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 그게 바로 우리랍니다. 선대들은 피폐한 이 행성을 빠르게 정화했어요. 깜깜했던 하늘은 파랗게 변했고 인간들이 살았던 시대의 것들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지만 동물들도 생겨났죠.

 

 

 

 

 

 

 

 

 

 

 

 

 

 

 

선대들은 정화된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해 지도자를 세워 우리를 바른길로 이끌었어요. 덕분에 저희는 인간들처럼 실수를 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지요. 이번 8대 지도자는 선대 지도자 중 가장 강하고 현명한 야기 님이세요. 야기 님이 이끄는 지금이야말로 녹의 마을 최대의 전성기랍니다! 그리고 이 축제의 중심에는 야기 님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리하고 있지요.

 

 

 

 

 

 

 

 

 

 

 

 

 

 

 

우리 녹의 마을에는 커다란 나무 님이 계세요. 사람들은 전부 나무 님이 만들어 주셨어요. 1대 지도자조차 도 말이죠. 인간의 무시무시한 실수에도 살아남으셨거든요. 굉장히 오래 사셨죠. 그런데 최근 700년간 나무 님이 아무도 보내주시지 않으셨어요. 야기 님은 걱정이 많으셨죠. 너무 오래 살아 계신 탓인지 나무 님이 시름시름 앓으셨거든요.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을 내서 나무 님을 보살펴드렸습니다. 물도 많이 들이고, 나뭇잎도 꼼꼼하게 닦아드렸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은 나무님 곁에서 두 손을 꼭 맞잡고 얼른 회복하시길 빌었답니다. 나무님, 나무님. 커다란 나무님. 부디 얼른 회복하세요. 저희가 부모님 속도 안 썩이고 매일 나무 님과 이야기 나누러 찾아갈게요- 하구요.

 

 

 

 

 

 

 

 

 

 

 

 

 

 

 

그 기도가 나무님께 닿은 걸까요, 마지막 아이가 나온 지 딱 715년이 된 해에 작고 연약한 열매가 나타났어요. 야기 님은 조심스럽게 그 열매를 따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죠. 열매 안에는 열매를 닮아 작고 약한 새싹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건강했던 나무 님을 닮은 짙은 녹색의 머리칼, 새하얀 피부, 씨앗을 양 볼에 콕콕 박은 채 말이에요. 그때 야기 님을 도와 열매의 껍질을 열어보던 사람들은 마치 요정이 잠들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대요. 정말, 정말 아름다웠단 말이야-. 하구요.

 

 

 

 

 

 

 

 

 

 

 

 

 

 

 

야기 님은 새싹을 안아 들었어요. 야기 님의 온기에 새싹은 웅크렸던 몸을 피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답니다. 새싹의 눈을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잠들어 있던 새싹도 그의 눈은.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아름다운 녹빛을 본 적이 없어요. 나무 님의 잎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청량함이 깃들어 있었거든요. 야기 님은 그런 새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리곤 새싹의 이름을

 

 

 

 

 

 

 

녹의 아이라는 뜻으로, 미도리야 이즈쿠 라 지어주셨답니다.

 

 

 

 

 

 

 

 

 

 

 

 

 

 

 

새싹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약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능력조차 타고나지 않았으니까요. 몸집도 다른 사람들보다도 한참 작아서 모두 새싹이 건강하게 자랄까 걱정했어요. 그러나 새싹은 아주 씩씩하게 자랐답니다. 특별한 능력은 없었지만 우직한 성격을 타고났죠. 자신의 처지에 절대 좌절하지 않았어요.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을 새싹은 두 배, 세 배는 노력해서 겨우 해냈지만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능력을 쓰지 못하는 대신,

 

 

 

 

 

 

 

 

 

 

 

 

 

 

 

"그러면 나무님께 물이 많이 가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왼쪽으로 물길을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제안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새싹의 특기는 무엇이든지 분석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남들이 보지 못한 것까지 분석할 때면 그 즉시 알려주고 개선해나가며 도움이 되었어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 늘려갔죠. 하나둘 늘어나니 이젠 새싹이 마을에 정말 정말 필요한 인재가 되어 있었어요. 모두 풀리지 않는 일이 있다면 새싹을 부르곤 했거든요. 새싹이 도착하면 어느새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있었답니다.

 

 

 

 

 

 

 

 

 

 

 

 

 

 

 

야기 님도 그런 새싹을 귀여워하셨어요. 비록 남들처럼 굉장한 일을 손쉽게 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싹이 태어나면서 마을에 활력이 돋은 건 사실이었어요. 나무 님이 시름시름 앓으신 뒤로 마을에 웃음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었거든요. 새싹이 태어난 건 나무 님이 우리에게 내려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야기 님이 새싹을 유독 챙기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죠. 늘 곁에 새싹을 데리고 다니셨어요. 유독 새싹을 볼 때면 야기 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어요. 사람들이 새싹을 질투하지 않았느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새싹이 불편한 점은 없나 늘 노심초사하는걸요. 새싹은 질투하고 괴롭히기엔 너무나도 예뻤어요. 햇살 같은 웃음도, 마음씨도 말이에요. 대체 누가 그 아이를, 감히 시샘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를 시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새싹과 대화했던 모든 사람은 입이 닳도록 새싹을 칭찬하느라 바빴지요.

 

 

 

 

 

 

 

 

 

 

 

 

 

 

 

"나무 님이 우리와 같은 모습이었다면 이즈쿠랑 똑 닮았을 거야"

 

 

 

 

 

 

 

 

 

 

 

 

 

 

 

야기 님도 느끼셨던 거에요. 새싹의 그 착한 마음씨를요. 야기 님은 새싹이 태어난 지 500년이 된 해에 새싹을 야기 님의 후계자로 임명했어요. 모두 동의했죠. 새싹이라면 야기 님만큼,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되리라 믿었으니까요. 후계자 공표의 날에도 엄청나게 화려한 잔치를 했었어요. 다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새싹이 후계자로 임명되니 모두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은 채 새싹을 꼭 껴안고 놔주질 않았죠. 지금 준비하는 잔치는 그때보다 훨씬, 훨씬 더 성대하답니다. 오늘은 우리 녹의 마을 후계자이신 귀여운 새싹님, 미도리야 이즈쿠의 715번째 탄생일을 축하하는 잔칫날이에요!

 

 

 

 

 

 

 

 

 

 

 

 

 

 

 

안녕. 다른 세계의 방랑자님. 녹의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마침 우리나라에 잘 오셨어요! 이제 막 축제가 시작하거든요. 방랑자님도 즐기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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